Issue 101, Feb 2015
로버트 고버
Robert Gober
손 맛과 은유의 마술사, 로버트 고버
최근, 뉴욕 모마(MoMA)에서 열린 로버트 고버(Robert Gober)의 대규모 회고전은 하얀 외벽에 검은 지붕을 얹은 집 한 채와 그 옆에 앙상한 가지만을 지닌 두 그루의 나무를 그린 작은 회화로 시작한다. 1975년, 21살이던 작가가 미술학교 재학생일 때 그린 작품이다.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이 당대의 주류이자 미술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육의 목표일 때였다. 이런 환경과 상관없이 고버 자신은 스스로 세상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하는 데 관심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 관심을 공표하는 지점의 작업으로서 당시 본인이 살던 코네티컷의 집을 그린 40×47cm 크기의 [무제]. 꼼꼼한 묘사 없이 알렉스 카츠(Alex Katz) 식의 단순화된 색과 몇 번의 터치로만 지어낸 화면은 세상에 대한 ‘사실적(realistic)’ 묘사가 재현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문제임을 깨닫게 해준다. 또 단순화된 표현이지만 여전히 재현의 목적은 잃지 않음으로써 이 예술이 여전히 실재(real) 세계에 발을 딛고 있음을 알려준다. 비록 고버의 작업이 점차 초현실(surreal)적으로 변해간다 할지라도 말이다.
● 이나연 미국통신원 ● 사진 The Museum of Modern Art(MoMA) 제공
'The Ascending Sink' 1985 Plaster, wood, steel, wire lath, and semi-gloss enamel paint. Two components, each: 76.2×83.8×68.6cm); floor to top: 233.7cm Installed in the artist’s studio on Mulberry Street in Little Italy, Manhattan Collection of Thea Westreich Wagner and Ethan Wagner, New York Promised gift to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Image Credit: John Kramer, courtesy the artist ⓒ 2014 Robert Gober